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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애매"… 잘나가던 걸그룹 멤버, 직장인·사장님 된 이유

하주연·권소현 직장 생활, 혜린은 타코집 사장으로 불안정한 연예 활동 속 새롭게 찾은 진로
그룹 쥬얼리 출신 하주연, 포미닛 출신 권소현, EXID 출신 혜린이 무대 밖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35살 노사연 채널 캡처
그룹 쥬얼리 출신 하주연, 포미닛 출신 권소현, EXID 출신 혜린이 무대 밖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35살 노사연 채널 캡처

무대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이 용기 있는 새 출발을 알렸다.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되거나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등 선택도 다양하다. 불규칙한 활동 속에서 선택받길 기다리는 대신, 삶의 안정감을 찾고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걸그룹 출신 멤버들의 이야기다.

쥬얼리 출신 하주연은 지난달 22일 유튜브 '35살 노사연' 채널에 출연해 주방용품 쇼룸 매니저로 근무하는 근황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하주연은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쨍한 컬러의 상품에 맞춰 출근룩을 입는 직장인 일상을 전했다.

하주연은 소속사와의 계약 종료 후 연예계 활동을 쉬면서 느낀 막막함을 털어놨다. 그는 "연예계에서는 일을 안 하면 백수다. 누가 불러줘야 가는데 그걸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나"라며 답답했던 심경을 전했다. 하주연은 "돈을 벌어야 사니까"라는 솔직한 이유와 함께 생업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카페 아르바이트와 베이커리 보조 강사 등을 경험했고,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수백 군데에 지원서를 냈다. 직접 일을 찾아나서 새롭게 정한 삶에 하주연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회사만 망하지 않는다면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며 고정적인 수입이 주는 안정감을 언급했다. 얼굴이 알려진 상황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어서 너무 좋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룹 쥬얼리 출신 하주연, 포미닛 출신 권소현, EXID 출신 혜린이 무대 밖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권소현 채널 캡처
그룹 쥬얼리 출신 하주연, 포미닛 출신 권소현, EXID 출신 혜린이 무대 밖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권소현 채널 캡처

포미닛 출신 권소현도 연예기획사 직원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권소현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개인 채널을 통해 데뷔부터 전성기 시절을 함께 했던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PD로 근무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그는 가사 작업과 A&R 관련 업무를 비롯해 소속 그룹 라잇썸의 일본 앨범 제작을 위한 기획과 음원 수급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 6개월 정도가 됐다는 권소현은 이 진로를 선택한 배경에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과 연예 활동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겪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포미닛이 큰 사랑을 받았음에도 "내가 잘됐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며 불안도가 높은 삶을 살았다고 밝혔다.

권소현은 "다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이 엄청 예쁜 것도, 실력이 엄청 좋은 것도 아니"라며 스스로 희망고문을 시키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근본적인 고민 끝에 "나를 더 활용하고 살아 있다고 느끼는 곳이 있지 않을까 했다"는 그는 새로운 업무로 배움을 얻고 자신의 가능성을 넓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그룹 쥬얼리 출신 하주연, 포미닛 출신 권소현, EXID 출신 혜린이 무대 밖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휴먼스토리 채널 캡처
그룹 쥬얼리 출신 하주연, 포미닛 출신 권소현, EXID 출신 혜린이 무대 밖에서 새로운 진로를 찾아 나섰다. 유튜브 휴먼스토리 채널 캡처

앞서 EXID 혜린도 타코집을 운영하는 근황을 공개했다. 지난 8월 유튜브 휴먼스토리 채널을 통해 혜린은 서울 안국동에서 35평 규모의 타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DJ, 뮤지컬 활동 등을 펼치는 동시에 부업으로 자영업이라는 분야에도 발을 넓힌 것이다.

혜린이 장사에 도전한 이유 역시 불규칙한 연예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혜린은 "방송이라는 게 일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수입이 규칙적이지 않기도 하고"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할 방법을 찾다가 장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일정 시기에만 일이 몰리는 연예 활동의 특성상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입 이상의 의미도 있었다. 혜린은 "제가 춤이랑 노래밖에 한 게 없다"며 이 도전을 통해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했다. 그는 "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자 기쁨"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연예인으로서 잘 안 되니까 다른 일을 한다는 시선을 깨는 일이 어렵다며 "연예인이 다른 일을 하는 것에 시선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이건 일에 대한 한 부분일 뿐"이라고 기존 활동의 실패가 아닌 또 다른 도전이라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세 사람의 행보는 큰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 멤버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전성기 이후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하주연은 2008년 쥬얼리 새 멤버로 합류해 '원 모어 타임' 등의 히트곡을 냈으며, 권소현이 속했던 포미닛 역시 2009년 데뷔 후 '핫이슈' '거울아 거울아'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혜린도 2012년 EXID로 데뷔해 '위아래'의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룹 활동으로 히트곡을 내고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임에도 새로운 진로를 택했다. 세 사람은 팀의 인기가 개인의 연예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활동 기회와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실패가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을 찾고,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시작에 방점이 찍힌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예 활동만을 유일한 선택지로 두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나선 이들의 소식이 더욱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다.

조혜진 기자 jinhyej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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