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경험 소멸”…역대급 물갈이에 ‘한미동맹 인맥’도 리셋 [view]
" “800년 이상의 경험이 사라진다. 이게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가 의회에 가져올 변화를 이렇게 짚었다. WSJ가 언급한 ‘800년 이상의 경험’은 은퇴, 당내 경선 탈락 등으로 새 의회에서 교체되는 의원들의 연방 의원 경력 총합을 뜻한다.

미국공영라디오(NPR)와 선거정보기관 발럿피디아(Ballotpedia)가 양당의 경선이 끝난 뒤 집계한 결과, 상·하원을 통틀어 이번 선거를 통해 바뀌는 의석은 99석이다. 상·하원 전체 535석(상원 100석, 하원 435석) 중 약 18.5%로, 5명 중 1명 꼴로 바뀌는 역대급 물갈이다.
한국에 이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처음부터 다시 설득해야 할 새 얼굴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양국 간 각종 현안이 얽혀 있는 가운데 이는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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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워싱턴 정치…자발적 은퇴, 하원서만 33명
NPR의 의원 교체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은퇴, 경선 패배, 사망, 다른 공직 선거 출마 등의 이유로 하원에서만 83석이 바뀐다. 상원에서는 16석이 교체된다. 여기에 본선 낙선자까지 더해지면 교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9월 분석에서 본선 전에 이미 교체가 확정된 하원의원이 74명으로, 이는 1992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다른 공직에 출마하지 않고 의회를 떠나는 자발적 은퇴자 규모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이런 은퇴자가 하원에서만 33명이다.
WSJ는 50명 가까운 하원의원이 재선을 포기했으며, 상원에서도 10여 명이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상원은 주마다 두 자리뿐인 데다 임기가 6년이고, 현역의 재선 경쟁력이 높다. 구조적으로 기득권 유지가 쉽다는 점에서 이런 은퇴 행렬은 더 주목된다. 이는 고령이나 재선 부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의회 전문매체 롤콜은 지난 5월 불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하원의원의 85% 이상이 당의 안전지대 출신이라고 전하며, 극심한 당파 대립과 입법 성과를 내기 어려워진 환경을 이탈 요인으로 짚었다.
![미 상·하원 의석수 및 우세 지역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270toWin]](https://cdn.newming.io/news/ja/16a458b4-3b74-484c-ad30-aa3b182aa385.webp)
일례로 재러드 골든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난해 11월 불출마를 발표하며 “패배가 아니라 승리할 가능성이 두렵다”고 밝혔다. 비생산적 의회에서 겪은 적대적 언행, 양당의 비난전 등을 불출마 결정의 배경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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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직결 8개 상임위서만 48명 교체
한국으로서는 특히 동맹 현안과 직결되는 상임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NPR이 집계한 교체 대상 의원들을 2025년 1월 구성된 제119대 의회의 상임위 명단과 대조한 결과 하원 군사·외교·세출·세입위와 상원 군사·외교·세출·재무위 등 한국의 외교·안보·통상 현안과 직결되는 8개 상임위에서 기존 의석을 떠나는 의원은 겸임 중복을 제외하면 최소 48명으로 집계됐다. 하원 35명, 상원 13명이다.

진 샤힌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 미 상원 역사상 최장수 정당 원내대표를 지낸 미치 매코널 등 중진의 퇴장이 특히 두드러진다. 의회를 떠나는 마이클 매콜 전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2023년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공동발의한 인물이다.
이는 곧 단순히 세대 교체를 넘어 워싱턴에 축적된 ‘동맹 인맥’이 리셋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기존 협력 기반의 공백을 메우면서 새 의원들에게 동맹의 가치와 현안을 설명하고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1라운드’부터 다시 뛰어야 하는 동맹은 한국만이 아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전세계 동맹 진영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줄리앤 스미스 전 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사는 지난달 28일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유럽 곳곳에서 중간선거를 개별 지역구 선거전 하나하나까지 살펴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대서양 건너편에는 상당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가 매우 크다”면서다. 유럽 동맹을 더 중시하는 새 의회가 들어서 트럼프 행정부를 제어하길 희망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취지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대외·경제정책 전문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는 지난달 “유럽 정부들은 차세대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유럽을 우선순위로 여길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분석을 내놨다. 의회 대규모 물갈이는 유럽 국가들이 “(새로 입성하는)의원들의 입장 형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기회”이며, 동맹이 미국에 구체적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는 조언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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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전작권, 군함건조…모두 의회 문턱 넘어야
실제 이재명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선·방산 협력 등은 미국 의회의 입법·예산·감독 권한과 맞물려 있다. 핵잠 협력에는 의회 심사를 받는 별도 원자력 협정이 필요할 수 있고, 미 군함의 한국 건조 역시 외국 조선소 건조를 제한하는 법률 등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상원의 고위직 인준과 조약 동의권은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하원은 국방수권법과 세출법으로 정책 방향과 재원을 정한다.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 감축에 국방장관의 인증과 의회 보고 등의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행정부를 견제한다. 정상 간 합의를 한다 해도 실제 정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의회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