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텃밭'까지 흔들린다… 美의회 '양원 교체' 현실화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년을 평가하는 11·3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은 하원은 물론 자칫 상원마저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떨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수치를 보면 공화당은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조차 위태롭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각각 23%포인트, 21%포인트, 16%포인트, 13%포인트 차이로 압승했던 미시시피·네브래스카·캔자스·알래스카주에서도 상원의원 선거가 예상보다 훨씬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뉴욕주 안방서도 역전 위기… 지도부 긴급 지원 나서고물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확산하면서 공화당은 선거 막판까지 텃밭 방어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뉴욕주의 공화당 강세 하원 선거구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21%포인트 차이로 대승했던 이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 앤서니 콘스탄티노가 민주당 후보에게 4%포인트 뒤진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정치전략가 로저 스톤이 백악관에 상황을 알렸고, JD 밴스 부통령이 긴급 소방수로 투입돼 선거 직전 해당 지역을 찾았다.
공화당의 위기감은 선거자금 운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하리도폴로스 하원의원은 WSJ에 동료 의원들이 선거 막판까지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런 선거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공화당 상원 선거자금 지원 조직을 이끌었던 스티븐 로는 선거 전망을 묻는 후원자들에게 "충격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분석기관들 "민주, 하원 탈환 유력… 상원도 근소 우위”선거분석기관들의 전망도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미국 하원은 전체 435석 가운데 공화당 218석, 민주당 214석, 무소속 1석이며 2석은 공석이다. 다수당이 되려면 최소 218석을 확보해야 한다. 초당파 선거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지난달 30일 최종 분석에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의석을 12~25석 빼앗아 전체 227~24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도 민주당의 약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 47석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하려면 기존 의석을 모두 지킨다는 전제 아래 최소 4석을 추가해야 한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핵심 경합주 7곳의 승부가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전국적인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근소하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고물가·이란전 여파에 국정 부정평가 59%미국에서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집권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과 생활비 부담이 공화당의 고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가 10월 14~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40%였지만 부정평가는 59%에 달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공화당보다 7%포인트 높았다.
경제 문제에서도 공화당의 강점이 실종됐다. 지난해 7월에는 경제 운영 능력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12%포인트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WSJ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오히려 3%포인트 앞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부담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집권당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날 보고 투표하라” 배수진… 후보들은 ‘거리 두기’ 고심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선거 막판까지 직접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오하이오주 상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존 허스테드 의원과 주지사 후보 비벡 라마스와미 등을 지원하는 전화 유세를 진행했다. 아이오와주와 캔자스주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가 다시 추진하기로 하는 등 막판 유세 계획을 거듭 조정했다. 두 지역 모두 공화당이 상원 의석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곳이다.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 지지층 결집도 시도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지원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낮은 지지율이 공화당 후보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도 핵심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에 승부를 건 셈이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하원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의 제이 필리 후보는 최근 선거운동 표지판의 문구를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TRUMP ENDORSED)'에서 '경찰이 지지한 후보(POLICE ENDORSED)'로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중도층 표심 흡수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현장의 냉정한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워싱턴= 김현빈 특파원 hb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