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가혹행위, 물증 부족하다고 배척 못해"…불법구금 위자료 증액

1980년 계엄포고령에 따라 불법 구금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이 배상액을 높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맹준영)는 지난달 23일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위자료를 1심의 4250만원에서 6500만원으로 증액했다.
A씨는 대학생이던 1980년 계엄 해제와 전두환 퇴진 등을 요구하다 계엄포고령 제10호에 따라 부모의 자택에서 영장 없이 체포됐다. 이후 93일간 독거수용됐고 출소 뒤에는 제적과 강제 입영을 겪었다. 2024년 8월에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보상금 약 6468만원을 받았다.
A씨는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로 자신과 부모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본인 위자료 4000만원과 부모 위자료 각 500만원 가운데 A씨의 상속분을 합쳐 총 4250만원을 인정했다. 다만 구금 중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옥인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옷이 벗겨진 채 구타당하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겪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구금 경위와 기간, 재소자 신분카드의 기재 내용도 함께 살폈다.
재판부는 밀실에서 이뤄진 가혹행위는 당사자 진술 외에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가기관에 의해 신체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박탈당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객관적 증거가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행위 주장을 일괄 배척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지나친 증명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주장하는 가혹행위의 구체적 모습이 모두 인정되지는 않더라도, 장기간 구금 중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인권침해 행위가 반복됐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는 점과 재발 방지 필요성도 위자료 산정에 반영했다.
불법행위 이후 약 46년간 배상이 지연된 사정도 고려했다. 그동안 물가와 통화가치, 국민소득 수준 등이 크게 달라진 만큼 이를 위자료 원금 산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A씨 본인의 위자료를 6000만원, 부모의 위자료를 각각 1000만원으로 높였다. 부모 위자료 중 A씨의 상속분 각 4분의 1을 더해 최종 배상액을 6500만원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