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전쟁에서 남자만큼 열심히 싸웠다 [책과 세상]

19세기 스웨덴 비르카에서 발견된 바이킹 전사 무덤 ‘BJ.581’의 묘실에 있던 유골의 주인은 이번 세기 초 DNA 분석 결과 여성으로 밝혀졌다. 앞선 연구에서 왕실 직속 기병대 지휘관으로 밝혀진 이 인물이 여성이라는 소식에 학계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각도로 의심하며 결과를 배척했다. 여성이 군대를 지휘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세라 퍼시 호주 퀸즐랜드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쓴 ‘여자들은 언제나 싸웠다’는 이처럼 남성 중심의 군사사가 의식적으로 지워버린 여성들의 역사를 복원한 책이다. 1세기 영국 켈트족의 왕비이자 장군이었던 부디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포르투갈의 식민통치에 맞선 은동고(앙골라) 왕국의 은징가, 인도 세포이 항쟁의 영웅 락슈미 바이, 백년전쟁의 잔다르크, 유럽과 미국에서 군인이 되기 위해 남장을 했던 여군들, 서아프리카 다호메이 왕국의 여성 정예 부대 등을 살핀다.
저자는 여성의 전쟁 참여와 그 과정에서 당한 차별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당시 군 조직의 특수성, 여성의 역할, 전쟁에 참여하려는 여성의 다양한 동기, 전쟁에서 여성이 배제되고 주변부로 밀려나며 그 역할이 왜곡되는 메커니즘 등도 이야기한다. 남성 중심으로 쓰인 전쟁사에서 벗어나 군대를 따라 이동한 여성들, 비정규전 방식으로 전쟁에 참여한 여성들까지 시야를 넓히면 전쟁의 역사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읽힌다.

저자가 집중적으로 파고든 시기는 1, 2차 대전 기간이다. 전쟁 초기 여성의 참여는 대체로 전투 분야가 아닌 판에 박힌 여성적 역할에 한정됐는데, 러시아는 군대 체계가 허술하다는 점 때문에 여군 부대가 실제 전투에 투입되기도 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제도적으로 여성의 전쟁 참여와 군 입대를 제한했다. 저자는 이 같은 전쟁사를 훑으며 군대가 여성을 전투에서 집요하게 배제해온 이유를 여성의 신체적 능력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여성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권리와 권력을 요구할 기회를 좁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전투와 비전투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면서 군 조직의 오랜 여성 배제 정책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의 침공에 모든 보직을 여성에게 개방한 우크라이나 같은 방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면서도, 전쟁사에서 형제·자매애로 뭉친 이들이 함께 싸웠다는 사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