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거짓말' 진선규,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 사토..시청자 분조장 유발 역대급 악역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진선규가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함으로 시청자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지난 1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8회에서는 사토 신이치(진선규)가 계암리 학살의 진실을 알아낸 아들 태웅(박진영)과 대립했다. 자신의 만행을 묻는 아들에게 사토가 돌려준 것은 해명도 후회도 아닌, 어린 날의 상처와 정체성까지 파고드는 잔혹한 폭언이었다.
이날 사토는 학살 관련 자료를 손에 쥔 태웅에게 "결국, 멍청한 짓을 선택했군"이라며 냉담하게 반응했다. 계암리에서 조선인 스물세 명을 죽인 것이 사실인지 묻는 아들의 절규에도 "조선인을 죽였다고 지금 내게 항의라도 하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진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는 사토에게 학살이 반성의 대상조차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어 사토는 어린 태웅의 눈앞에서 무고한 조선인 소년을 쏴 죽였던 과거를 꺼냈다. 진짜 소매치기는 태웅이었다는 사실을 들추고, 당시 자신에게 항의하는 대신 내민 손을 잡지 않았느냐며 아들을 몰아세웠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책임을 그 광경을 목격한 어린아이에게까지 떠넘기는 잔인함이었다.
사토의 폭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너는 네 스스로 일본인이 되길 선택한 거다"라고 단정한 그는 "살아남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다른 아이의 시체를 밟고 올라섰지"라며 태웅의 생존 자체를 공격했다. 두려움 속에서 자신이 내민 손을 잡았던 아이에게,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떠안긴 것이다.
급기야 사토는 "그런데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거지? 아직도 조센징의 피를 버리지 못한 거냐, 사토 히데오"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아들이 버리지 못한 조선인으로서의 뿌리를 모욕하면서 일본 이름을 내리꽂는 대사는, 태웅을 끝내 자신이 정한 존재로만 살게 하려는 사토의 지배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폭언 뒤 찾아온 차가운 정적은 또 다른 위협으로 이어졌다. 사토는 "그 피를 정 잊지 못하겠거든, 네가 여태까지 어떻게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는지를 생각해"라며 아들의 삶을 압박했다. 이어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 정도 고마움은 알겠지"라는 말로 대화를 끝냈다. 무고한 이들을 죽인 자신의 과거에 답하는 대신, 아들에게 베푼 것을 내세워 항의마저 배은망덕으로 몰아가는 모습이었다.
진선규는 아들을 향해 터뜨리는 분노와 그 뒤에 이어지는 싸늘함으로 장면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특히 태웅의 생존을 비난하고, 혈통을 모욕한 뒤, 끝내 고마움까지 요구하는 대사의 흐름을 통해 사토의 잔혹함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감정을 폭발시킨 순간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악인의 공포를 더욱 깊게 남겼다.
앞서 아들의 손끝 상처를 살피고 다정한 말로 속내를 떠보던 사토는, 이번에는 가장 아픈 기억을 직접 꺼내 아들을 무너뜨렸다. 아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토의 모습은 그동안 보여준 태도와 맞닿아 있다. 앞서 계암리 학살의 피해자 금석중과 대면했을 때도 사토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한 임무 수행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가족을 잃은 피해자에게 비극의 책임을 떠넘겼고, 끝내 석중의 죽음을 병사로 처리했다. 자신이 저지른 폭력보다 상대가 무엇을 했는지를 앞세워 책임을 피하는 방식이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반복됐다.
사람을 자신의 뜻에 따르게 만드는 수단은 상대에 따라 달랐다. 후쿠다에게는 더 높은 자리를 향한 욕망을 자극하며 충성을 요구했고, 외신 보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필립에게는 분노를 삼킨 채 예의를 갖췄다. 태웅에게는 아버지의 인정을 내세웠다. 아들로 삼은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마음을 흔들면서도 결혼과 진로는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진선규는 대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와 표정으로 사토의 이해관계를 구체화했다.
진선규는 8회까지 사토의 잔혹함에 야심과 열등감, 치밀한 계산을 더하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왔다. 특히 이번 회에서는 아들을 받아들였던 기억조차 복종을 요구하는 근거로 바꾸며, 그동안 부자 사이에 쌓여온 불신을 정면충돌로 이어갔다. 피해자의 절규에도, 아들의 절망에도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 사토를 통해 앞으로의 갈등에 긴장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