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판 돈 다음날 입금…'결제주기 T+1' 2028년 전환 추진

주식을 판 돈이 이틀 뒤가 아니라 다음날 계좌에 들어오도록 결제주기를 하루 앞당기는 작업이 본격화한다. 1972년 매매일로부터 2거래일 뒤 결제하는 ‘T+2일' 제도를 도입한 지 50여 년 만의 개편이다. 증권유관기관은 2028년 중 전환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 상당수가 준비 기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최종 시점은 유동적이다.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증권금융·금융투자협회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초안)'을 공동 발표했다. 미국은 2024년 5월 T+1일 결제로 전환했고, 유럽연합(EU)·영국은 2027년 10월, 홍콩은 2028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도대금 하루 빨리…배당 '막차' 매수일은 하루 늦게결제주기가 줄어도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은 그대로다. 달라지는 건 돈과 주식이 오가는 날이 하루 빨라진다는 점이다. 지금은 월요일에 주식을 팔면 수요일에 대금이 들어오지만, 앞으로는 화요일에 입금된다. 반대로 매수자는 대금을 하루 일찍 내야 한다. 미수거래 투자자는 미수금을 T+1일까지 납부해야 하고, 납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도 T+3일에서 T+2일로 앞당겨진다. 증권사의 착오매매 정정 신청 시한은 매매 다음날 오후 3시30분에서 매매 당일 오후 8시30분으로 앞당겨진다.
배당·증자 일정도 바뀐다. 권리를 받기 위한 최종 매수일은 기준일 2거래일 전에서 기준일 직전 거래일로 하루 늦춰지고, 배당락·권리락일은 기준일 당일이 된다. 액면분할·병합에 따른 거래정지 시작일도 하루씩 늦춰진다. 전환 시점에는 기존 거래와 새 거래의 결제일이 겹친다. 유관기관은 이 때문에 권리 귀속일 등을 투자자에게 별도로 안내할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주권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외국주식예탁증권(DR), 신주인수권증서·증권, 주식워런트증권(ELW), 수익증권이다. 유관기관은 매도대금을 하루 일찍 쓸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 전체에 연간 약 1800억원의 유동성 편익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 등을 바탕으로 연이율 5%를 가정해 계산한 수치다.
오늘부터 중·저금리 매도대금담보대출개인투자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는 전환에 앞서 이날부터 시행된다. 매도대금담보대출은 주식을 판 뒤 결제일 전에 돈이 필요한 투자자가 매도대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다. 만기가 1~2일에 불과하고 거래소가 결제를 보증해 위험이 낮은데도 연 7.5~10%(6월 말 기준) 금리가 적용돼 왔다. 앞으로는 한국증권금융이 투자자예탁금을 재원으로 증권사에 자금을 대고, 증권사는 이를 바탕으로 금리를 낮춘 상품을 내놓는다.
유관기관은 금리를 연 5% 중·후반으로 낮추면 투자자당 이자가 약 25% 줄어들 것으로 봤다. 12개 증권사로 확대하면 투자자 전체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15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 20일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출시 증권사를 늘려간다. 구체적인 금리는 증권사별로 출시 시점에 공지한다.
일정 처음 공개…일정표상 빨라야 2028년 하반기거래소·예탁원은 오는 12월 업권별 업무표준안과 이행점검표를 배포하고, 2027년 10월까지 자체 청산결제 인프라 개편을 마친다. 금융당국 중심의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와 사업관리조직(PMO)은 2027년 1분기에 꾸려진다. 국내외 금융회사는 2028년 1분기까지 전산 개발을 끝낸 뒤 최소 6개월간 통합 테스트를 거친다. 이 일정대로라면 실제 전환은 2028년 하반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그간 유럽과 보조를 맞춘 2027년 10월 전환이 거론돼 왔다. 이에 대해 유관기관은 전환 일정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로드맵 발표부터 시행까지 약 2.1년으로, 미국(2.5년)이나 영국(2.7년)보다 오히려 짧게 잡은 일정이라고 강조했다.
변수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8.9%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거래는 결제 과정에서 해외·국내 보관은행 등 여러 기관을 거치는 데다, 미국·유럽과의 시차 때문에 쓸 수 있는 업무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유관기관이 해외 증권사·보관기관·투자자 32곳을 설문한 결과, 84.4%(27곳)가 2028년 하반기 이후 전환을 원했다. 투자자 21곳 중 7곳(33.3%)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환하면 한국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최종 전환 시기는 금융당국과 국내외 금융회사, 외국인투자자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외국인 결제 12단계→5단계…기관은 야간 승인예탁원은 외국인 결제 부담을 덜기 위해 자체 거래·결제정보 자동화 시스템을 만든다. 이를 미국 예탁결제기구(DTCC)의 중앙매칭시스템(CTM)과 연결해 결제 절차를 12단계에서 5단계로 줄인다. 결제승인 마감은 외국인의 경우 T+2일 오후 3시에서 T+1일 오전 9시로, 펀드와 일반기관은 T+1일 오후 4시에서 매매 당일 오후 10시로 당겨진다. 기관 담당자의 야간 승인 업무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외환당국은 지난 7월 외환시장 24시간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내년 1월 한국은행의 24시간 역외 원화결제망을 가동할 예정이다.
기관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도 먼저 시행한다. 예탁원은 이달 중 장내시장에서 받을 예정인 증권을 결제촉진대금(기관이 결제 시한 전에 증권을 먼저 받기 위해 맡기는 담보)으로 인정한다. 거래소는 내년 1월부터 결제일 장중에 2~3차례 거래증거금을 다시 산출해, 결제가 끝난 몫의 인출 제한을 풀어준다. 내년 상반기에는 주식 결제대금 분할납부도 허용한다.
국내주식형 ETF의 설정·환매 결제주기는 청구일로부터 2일(R+2)에서 1일(R+1)로 줄인다. 해외형·파생형 ETF는 워킹그룹에서 별도 방안을 논의한다. 결제 실패를 막기 위해 증권사 간 증권보유정보 공유제도를 먼저 도입하고, 자동대차제도는 도입 여부를 검토한다. 한국 증시의 결제실패율은 0%에 가까워 미국(2~3%)과 유럽(7.14%)보다 크게 낮다.
유관기관은 다음달 18일까지 거래소·예탁원 홈페이지와 결제주기 단축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