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박왕자 쏜 여군에 훈장”…금강산 피살때 MB가 내린 결단
「 제55회 이명박 정부와 북한①-‘금강산 참사’와 ‘비핵·개방 3000’
」
" 대통령님, 큰일 났습니다.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 한 명이 북한군의 총탄에 숨졌습니다. "
2008년 7월 11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놀란 얼굴로 뛰어와 보고했다. 그날 오전 5시께,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해변을 산책하던 우리 국민 박왕자(당시 53세) 씨가 북한 인민군 초병에게 피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좌시할 수 없었다. 곧바로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태에서 더는 관광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러고는 북한에 진상규명을 위한 남북합동 진상조사, 재발 방지 대책, 관광객 신변 안전보장 등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선결 조건’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적반하장이었다. 남북공동조사를 거부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사과는커녕 당시 피격이 고인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인 양 선전했다. 더욱 어처구니없게도 박왕자 씨에게 실탄을 쏜 어린 여군에게 훈장까지 수여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연간 4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벌이 창구인 금강산 관광이 완전히 종료되는 걸 반길 리 만무했다. 겉으로는 강경하게 나섰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만 애타게 바라고 있었다. 그런 심정을 모를 리 없었지만, 나는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6ㆍ15 통일시대에 대한 악랄한 도전”이라고 나를 비판한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내세운다면 결코 남북 경제 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해가 바뀌어 2009년이 돼서도 북한은 대남 도발에 열을 올렸다. 그해 5월에는 제2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며 무력시위를 계속 이어나갔다. 심지어 자해극도 벌였다. 남북 경협의 핵심 사업인 개성공단의 틀을 깨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전개한 것이다.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제한, 교류협력협의사무소 폐쇄, 개성 관광 중단, 남북 화물열차 운행 중단 등 조처를 하더니 급기야 현대아산 직원을 억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그해 하반기였다. 북한은 8월 초 140일간 억류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풀어줬다. 곧이어 137일간 억류 중이던 현대아산 직원도 석방했다. 일방적으로 취했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및 체류 제한 조치를 풀고, 판문점 적십자 연락사무소 운영도 재개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내가 꿈쩍하지 않자 전략을 바꾼 듯했다.
결정적인 변화는 8월 18일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일어났다. 대남 선전선동의 총책으로,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던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DJ 특사조문단’이 나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김정일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면서였다.
당초 북한은 김기남 일행을 ‘조문단’으로 표현하다가 평양 출발 시점에 맞춰 ‘특사조문단’으로 호칭을 바꿨는데, 이는 역시 나와의 면담을 염두에 둔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절차를 무시한 접견 요청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나는 “통일부 등 공식 경로를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라”며 접견을 보류했다. 결국 북한 조문단은 공식 절차를 밟기 위해 체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해야 했다.

8월 23일 오전 9시부터 30여 분간 그들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만 80세의 김기남은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면담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큰 소리로 준비해온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 경애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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