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인생2막, 집을 다시 설계하라 [신철호의 실전 인생2막]
[신철호의 실전 인생2막]은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인 중장년층을 위한 생애설계 실전 칼럼입니다. 인생 2막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일(재취업·창업), 재무(연금·소득관리), 여가(배움·취미), 주거(이동·정주), 관계(가족·사회) 등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필자는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에 나온 ‘무신사 창업자가 베팅한 60억 실버타운’이라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서울 한남동에 들어설 시니어 레지던스인 이곳은 만 60세 이상이 입주하는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인데 보증금이 48억 원에서 60억 원 수준이고, 월 생활비도 임대료와 생활비를 합하면 1인 기준으로 1000만 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전담 집사와 식사, 청소를 맡고 간호 인력이 상주하며 건강을 관리해준다고 한다. 이곳이 이렇게 비싼데도 지난 5월 청약에는 111가구 모집에 1483명이 몰렸다는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입주를 결정한 사람들의 사연이었는데 한 부부는 재건축 때문에 70대에 집을 떠났다가 80대에 돌아오느니 의료와 생활 서비스가 있는 곳으로 옮기겠다고도 하고, 은퇴한 대기업 임원은 수술 이후 건강관리와 가사 부담이 커지며 입주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들은 단순히 더 좋은 집이라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건강과 생활의 부담을 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한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이미 평창동 등에 실버타운과 여러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신한라이프케어는 하남 미사에 프리미엄 요양시설을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생명도 시니어 주거·요양 자회사를 세워 사업 확대에 나섰고, 하나금융그룹도 고양에 요양시설을 짓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앞다퉈 시니어 주거와 돌봄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이러한 트렌드는 향후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의 중장년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고, 실제로는 집 한채가 재산의 대부분인데 퇴직 후 생활비는 부족하고, 자녀가 독립한 뒤 넓은 집은 관리하기 버겁고, 앞으로 어디에서 나이 들어갈지 막막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지금 사는 집을 팔아야 할지 계속 지켜야 할지 묻는 분들도 의외로 많다.
그런데 정작 주거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집값과 투자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보통의 중장년은 인생 2막의 집, 혹은 주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에 대한 현실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실전 준비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해서 이야기해 본다.
첫 번째, 집을 자산이 아니라 소득원으로 보자
중장년들이 가지고 있는 집은 퇴직 이후에 매달 생활비를 만들어주는 소득원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연금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고 부부 합산 공시가격이 12억 원 이하의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 그 집에 살면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제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3월부터 월 수령액이 평균 약 3% 올랐고, 6월부터는 입원이나 요양으로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실버타운에 살면서 기존 집으로 연금을 받는 길도 열린 것이다. 기초연금을 받는 부부가 시가 1억 8천만 원 미만의 집을 가지고 있다면 우대 폭도 더 커졌다. 자녀에게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주택연금을 꺼리는 분들도 많지만, 부부가 모두 세상을 떠난 뒤 집값이 그동안 받은 연금보다 많으면 남은 금액은 자녀에게 돌아간다.
물론 가입 나이와 집값에 따라 받는 금액이 크게 달라지니 가입 시기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연기연금과 함께 설계하면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일하는 동안에는 국민연금을 늦춰 키우고, 일이 줄어드는 시기에 주택연금을 더해 소득의 흐름을 이어가는 식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내 집으로 받을 수 있는 예상 연금액을 조회해볼 수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꼭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두 번째, 인생2막 생활의 계획을 토대로 집의 크기와 위치를 정하라
한남동 시니어 레지던스를 택한 자산가들이 원한 것도 결국 더 큰 집이 아니라 건강과 생활을 챙겨줄 환경이었다. 다른 보통의 중장년도 다르지 않다. 자녀가 떠난 넓은 집은 관리비와 청소 부담만 키운다. 집을 줄여 옮기면 그 차액을 노후 생활비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제 집에 대한 판단 기준을 투자가치에서 생활로 바꾸는 것이 좋다.
인생 2막에도 일을 이어가려면 일자리와 교육기관이 가까워야 하고, 친구와 모임을 갖는 곳과 가까워야 관계가 유지되며, 병원이 가까워야 나이가 들어도 안심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기준은 단순하다. 걸어서 닿는 거리에 일터와 병원, 그리고 만날 사람이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은퇴 후 연고 없는 시골로 내려갔다가 관계가 끊겨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본 기사에 의하면 정부가 도입한 실버스테이는 60세 이상을 위한 20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으로,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임대료 인상률도 제한된다고 한다. 경기 구리 갈매에서 첫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파주와 원주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고가 실버타운과 저소득층 복지주택 사이에서 선택지가 없던 중산층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니 이 내용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다.
세 번째,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사는 방식을 고민하라
인생 2막의 주거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문제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혼자 사는 중장년이 늘면서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는 어디에 살 것인가만큼 중요해졌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중장년의 주거방식으로 주목받았던 것이 공동체 주거이다.
서울 북한산 자락의 ‘구름정원사람들’은 40~50대 여덟 가구가 주택협동조합을 꾸려 함께 지은 집이다. 각자의 집을 갖되 집의 구조와 공동체 운영 방식을 함께 정했고, 1층에는 상가를 두어 노후의 임대수익까지 마련했다. 중장년 당사자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만들어 함께 사는 집을 알리고 공동체 주거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칼럼에서 작은 모임 하나가 인생 2막을 바꾼다고 이야기했는데 주거도 마찬가지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서 함께 사는 집이 시작된다. 아직은 중장년들에게 공동체의 삶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대중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수도 있지만, 따로 또 같이 사는 방식은 외로움과 돌봄의 문제를 함께 풀어주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요한남이 보여준 것은 결국 사람들이 집에서 바라는 것이 건강과 관계, 그리고 돌봄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집을 단순한 자산으로만 묶어둘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인 삶과 일상의 공간으로 바라볼 것인가이다.
집은 노후를 받쳐주는 자산이기도 하지만, 매일의 건강과 관계를 결정하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100세 시대, 인생 2막에 맞게 집을 다시 설계하는 일은 이제 진지하게 생각해야 되는 필수 요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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