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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소송 건 대기업 나왔다…농심 “위법이면 돈 돌려달라”

美국제무역법원에 환급 청구 본사 물량 관세만 40억원대 추산
농심 사옥 전경. 농심
농심 사옥 전경. 농심

농심 미국법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거둬간 관세를 돌려달라며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내 식품기업이 미국 관세 환급 소송에 나선 건 농심이 처음이다.

2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소장 문서에 따르면 농심 미국법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미국 정부와 관세국경보호청(CBP), 로드니 스콧 CBP 청장을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매긴 상호관세 등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농심은 소장에서 IEEPA 관세가 위법하며 그동안 낸 관련 관세 전액을 이자와 함께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금액이 이미 확정된 수입 물량은 다시 정산해 달라고 청구했다. 농심은 “연방대법원이 IEEPA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도 수입업체는 자체 판결을 받지 않으면 환급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매길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CBP는 2월 24일부터 이 관세를 걷지 않고 있고, 4월에는 환급 창구를 열었다. CBP가 지난 3월 집계한 IEEPA 관세 징수액은 약 1660억달러(222조2242억원)다.

문제는 금액이 이미 확정된 관세다. CBP는 수입 물품이 통관된 뒤 보통 10개월쯤 지나 관세를 최종 확정(정산)한다. 확정된 지 80일이 지난 물량은 환급 창구에 바로 신청할 수 없다. 법원에 소송을 내 다시 정산하라는 명령을 먼저 받아야 한다. CBP는 이렇게 소송을 거쳐야만 돌려받을 수 있는 관세를 114억달러(15조2612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소송은 위법성을 다투기보다 환급받을 자격을 확보하는 절차에 가깝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해당 관세의 위법성은 연방대법원에서 이미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CBP도 지난달 6일부터 소송을 내 법원의 재정산 명령을 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확정 물량 환급 신청을 받고 있다. 법원 기록상 농심 사건에는 아직 재정산 명령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농심과 같은 취지의 소송을 국제무역법원에 제기한 업체는 약 7000곳에 이른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 본사를 둔 회사들은 사업 악영향이나 통상 마찰을 우려해 소송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주요 식품기업이 낸 소송은 농심이 처음이다.

청구 금액은 소장에 적시되지 않았지만 미국법인 연간 순이익의 상당 비중을 차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심 본사가 상호관세 부과 기간(지난해 4월~올해 2월) 미국법인에 판 물품에 한국산 상호관세율(10~15%)을 적용하면 추가로 붙은 관세만 40억원대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농심 미국법인은 같은 기간 농심그룹 계열사 율촌화학의 포장 필름, 덴마크산 감자전분, 농심 중국 칭다오 법인의 건조 채소 등도 수입했다. 이런 물품까지 더하면 청구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농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167억원으로 전년(294억원)보다 4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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