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만 장 검증 끝나자 밤샘 농성… 국민의힘 "투표지 못 옮긴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투표지 247만여 장에 대한 공개 검증을 약 13시간 만에 마쳤다. 특검팀은 추가 분석이 필요한 투표지 상당수를 선별하고, 참관인들이 이의를 제기한 투표지 상자도 확보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이 증거 훼손 가능성을 주장하며 검증을 마친 투표지의 이송을 막아서면서 현장 대치는 밤새 이어졌다.
특검팀은 29일 오전 0시 38분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전날부터 진행한 투표지 임의검증을 마무리했다. 이 특검은 검증 종료 후 "참관인들의 이의제기를 존중해 특정 투표지 박스 전체를 임의제출받았다"며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투표지 상당수를 선별했고 추후 정밀감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특검은 "오늘의 검증 결과는 정치적 주장이나 추측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와 검증된 증거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섣불리 단정하거나 반대로 충분한 확인 없이 의혹을 배척하는 일도 없도록 하겠다"며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증이 끝난 뒤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은 현장에서 투표지 상자 이송 저지 농성에 들어갔다. 상자를 다른 장소로 옮길 경우 증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최고위원은 "증거 인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일부 투표지의 집계 결과를 둘러싼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경기장 밖에서도 투표지 반출에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2시 30분쯤에도 약 50명이 경기장 출입문 앞에 모여 "이동 금지, 반출 금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날에도 "생중계, 재검표" 등의 요구를 이어갔다. 경기장 밖에 운집한 시위대 규모는 한때 1,800명까지 늘었다.

이번 검증은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지 위·변조 등 각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선거 결과를 다시 확정하는 재검표가 아니라 특검의 수사 절차다. 즉 결과가 지방선거 당선인 결정이나 득표수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특검팀은 확보한 투표지에 대한 추가 감정을 거쳐 선거관리 과정의 위법 여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앞서 특검팀은 송파구 투표지 247만여 장의 수량과 기표·인쇄 상태를 확인하고, 경기장 폐쇄회로(CC)TV와 투표지분류기 등 관련 장비도 점검했다. 검증에는 이 특검과 특검보 5명, 소속 검사 등 특검팀 110여 명을 비롯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500여 명 등 7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여야 및 국회 인사 등 참관인 96명도 입회했다.
검증은 당초 28일 오전 9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의힘 측 참관인들이 사진·영상 촬영 제한에 반발하면서 약 3시간 지연됐다. 이후에도 일부 참관인이 개인 촬영 장비 사용과 별도 과학 장비를 통한 검증을 요구하다 제지당하는 등 마찰은 거듭됐다. 국민의힘 측은 투표지 집계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추가 재검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용경 기자 yklee@hankookilbo.com서준민 기자 stand@hankookilbo.com